나는 당신에게 당신이 많이 보지 못했을 아름다운 것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당신이 있을 용머리 전진기지로 향하는 길에 문뜩 길가의 민들레가 눈에 들어왔다. 평소에는 있는지도 모른채로 지나칠 것이었지만 오늘따라 그것이 꽤나 예쁘게 보여 괜히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한 송이, 한 송이 꺾을 때마다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꺾었지만 당신에게 보여주기 합당치 않다 싶은 꽃은 꽃대부분을 떼어내어 줄기부분을 입에 물었다. 삐리리 하는 피리소리조차 들뜬 내 기분을 나타내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꺾기 시작한 꽃들이 도착할 즈음에는 품에 안길 정도는 아니지만 조잡한 꽃다발을 만들정도였다. 내가 이렇게나 많이 꺾었었나. 반성하는 마음을 가지며 당신이 있을 곳의 문 앞에 섰다. 잎에 물었던 줄기를 뱉어내고, 쓴 맛이 나는 입술을 한 번 핥은 후 문을 열고 외쳤다. 나 왔어-! 그런 소리에 답하는 당신도 좋았다.


 " 오, 이번엔 oo( 직업이름) 으로 왔군. 그 모습도... 아주 좋아! 그리고 품의 그것은… "


 말이 이어지기 전에 당신의 품에 꽃다발을 밀어넣었다. 벌레도 좀 있을지 모르겠지만 분명 얼어죽었으리라 믿으며. 이게 뭐냐며 신기해하며 둘러보는 당신에게 그 꽃의 이름을 알려주었다. 민들레라고 말이다.

 



 잠시만 기다리라는 말을 남긴 채, 그는 책을 한 권 집어들고 돌아왔다. 그리고 책의 한 페이지를 내 눈 앞에 가져다 대며 말했다. 나를 닮은 꽃이라고. 틈새를 비집고도 자라나는 풀이며, 끝내는 꽃을 피워내는. 그런 꽃이라고. 그리고는 꽃다발에서 꽃을 하나 집어들어 내게 손짓했다. 그 손짓에 그에게 가까이 간 나에게 손을 내밀어 달라고 당신은 말했다. 손을 내밀었다. 당신이 손을 바라보며 고개를 숙였다. 손가락이 간질간질했다. 머리카락이 닿아서 그럴꺼라고. 나는 괜히 뛰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됐다. 하는 말을 하며 당신은 고개를 들었다. 나는 가장 간지러웠던 손가락을 바라보았다. 노란색 꽃의 반지가 끼워져있었다.


" 혹시 네가 들고 온 꽃의 꽃말이 뭔지 알고 있나? "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것까지 세세히 알고 있을 리가 없지 않는가. 그것 또한 너와 어울리는 거라네.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가 말했다. ' 감사 ' 와 ' 행복 ' 이라고. 나는 그가 하는 말을 멍하니 듣고있었다.


 " 감사로는 첫 번째로, 나는 프란셀의 친구로서 네가 그의 누명을 벗겨준 것에 감사하고 있다. 만약 네가 없었더라면 나는 틀림없이 그를 잃고 말았을 꺼야. 그리고 두 번째로, 커르다스 중앙고지를 도와준 것에 나는 용머리 전진기지의 지휘관으로서 마음 속 깊이 감사를 표하고 있어. "


  " 나는 너라는 벗을 알게 된 것이 행복하다. 하아, 내 가슴을 마구 설레게 하는 그 단련된 육체미가...! "


 역시 당신이라는 표정에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당신은 머리를 두어번 긁적였다. 그리고 덧붙이는 말에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 너를 알게되어 행복하다는 말은 너를 좋아한다는 뜻이네. 친구여. "

Posted by 푸나/별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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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14] Halloween

오르히카 2017. 11. 3. 02:01

※ 3.0 이후 / 수호천절 관련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성인들이 천상의 궁전에 초대받아 밤마다 성대한 잔치를 벌이느라 성인의 가호가 약해져 마물들이 날뛴다는 수호천절이지만 요새에는 모험가가 성인을 대신해 마물을 잡는 바람에 수호천절은 축제가 되어버렸다는 말이 있다.



 도시의 구석구석에는 호박이 놓이고, 박쥐 장식들과 유령, 거미줄 장식 등이 마을을 장식했다. 신난 어른이건 아이건, 라라펠부터 루가딘까지 마물과 유령의 분장을 하고 도시의 곳곳에 나온 터에 주의깊게 살펴보지 않으면 누가 누구인지도차 알아보기 힘들었다. 




 유령 옷을 입었지만 입고 싶어서 입은 것은 아니었다. 자신을 알고있던 사람들이 많아진 터에 입을 옷이 이것밖에 없었던 것 뿐이다. 지난 해에는 그렇지 않았었는데... . 라며 눈 앞의 기예단을 응시했다. 마물인 것을 작년에도 들켰으면서 올해도 기예단으로 오다니. 정성만은 칭찬해줄만 하다며 생각하던 도중,  귓가에 사람들이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 글쎄, 수호천절에 죽은 자들이 내려온다는 말이 있다면서? "


 죽은 자들이 내려온다라. 만약 진짜로 그렇다면 아주 좋은 그 사람이 내려왔으면 좋겠는데. 괜히 발로 땅을 두어 번 찼다. 유령 옷 아래로 낯익은 쇠구두가 보였다. 


 ' ....? ' 


 이런 신발을 신을 사람들은 이슈가르드의 사람들이거나 커르다스의 사람들. 아니면 그 사람이었는데.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수호천절이라고 하니 마물들이 습격해왔을 가능성도 있었다. 고개를 들었다. 눈 앞의 사람 또한 유령 옷을 입고 있어서 누구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사람들의 시끄러운 소리에 목소리 또한 들리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래도 구석에서 유령 옷을 벗고 대화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나는 내 눈앞의 그에게 손짓했다.




 사람들이 잘 오지 않는 구석진 곳이어서 그럴까. 훨씬 조용해진 듯 싶었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 그래서 커르다스나 이슈가르드에 무슨 일이라도 생겼습니까? "


 대답을 대신하듯 그는 얼굴이 보이도록 유령 옷을 걷어올렸다. 걷어올려진 하얀 천 아래로 웃고 있는 입꼬리와 시리듯이 푸른 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을 가진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익숙한 얼굴이었다. 고개를 저었다. 내 앞의 당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신호라도 되듯이 나는 두 팔을 벌려 서있는 눈앞의 그에게 뛰어 달려들었다. 당신이 넘어졌다. 나는 그것을 보며 웃었다.



 넘어져 풀밭에 드러누운채로 나는 그에게 물었다. 어떻게 찾아왔냐고. 그는 천천히 이야기를 꺼냈다. 수호천절에는 죽은 이들이 지상으로 내려와 돌아다닐 수 있으니 자신의 정체를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유령 옷을 입고 내려왔고 수호천절 기간 동안에는 지상에서 머물 수 있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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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푸나/별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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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셀이 적어준 소개장을 받아들어 읽고 ' 아주 좋아! ' 를 외치던 기사는 다른 사람의 시선이 사라지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저와 거래하시지 않겠습니까. 


 거래라니. 하고 되물으니 그는 소개장을 흔들며 말했다. 저는 이단자로 몰린 벗을 구하고 싶고, 당신은 이 폐쇄적인 커르다스에 협조를 요청하고 싶은 것이 아닙니까. 이슈가르드인들은 외지인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 아까의 우스꽝스러운 표정은 어디로 갔는지 그는 진중한 얼굴로 손깍지를 끼며 말했다. 그러니 거래를 하자 그 말입니다.


 좋아. 하고 답하니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저는 당신이 이 중앙고지에서 활동할 수 있는 명분과 당신. 영웅의 이름이 널리 퍼지는 데 일조할 테니, 당신은 프란셀을 구해 주십시오. 그리고 제가 당신을 도와 제 이름으로 의뢰를 드리겠습니다. 아마 당신이 원하는 자료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나쁜 조건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짜피 저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 없었으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저를 믿어줘서 고맙습니다. 함께 하는 동안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라 했다.




 확실히 그의 이름을 대니 무작정 적대적인 사람보다는 어느정도 수긍해주는 사람들이 많아 활동하기가 수월해졌다. 그가 주는 의뢰를 해결하며 그와 친분을 쌓았다. 가끔씩은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는 그에게 씩 웃어주며 가는 일도 있었다.


 용머리 전진기지에 머물때, 가끔씩은 새벽을 손꼽아 기다리기도 했다. 어둠이 지나가고 빛이 어슴푸레하게 찾아들 시간이면 저벅거리는 소리와 함께 갑옷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고는 했다. 나는 그 소리와 시간을 사랑했다.


 어느 날은 열이 났다. 터져나오는 기침을 참으며 모자로 얼굴을 감추며 책상 앞의 그에게로 갔다. 의뢰를 건네주며 오늘도 잘 부탁하네. 하며 말하는 그에게 걱정말라고 말하려던 순간 기침이 터져나왔다.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며 쉬는 게 좋지 않겠나. 하며 말을 건네는 그를 보았다.


" 때로는 하기 싫어도 해야하는 일이 있는 거잖아. 영웅이란 그런거야. "


 그 의뢰를 처리하고 나서는 크게 앓았다. 앓고 일어나면 침대 옆에는 따뜻한 핫초코가 놓여있었다. 분명 그가 가져다 준 것이리라. 마시기 딱 좋은 온도였다.




 의뢰를 하며 정보를 얻는 사이 틈틈히 프란셀을 도와주러 가던 도중 일이 터졌다.


 프란셀이 이단심문을 받으러 갔다는 이야기였다. 이단심문이란 마녀의 비탈길에서 뛰어내린 후 드래곤의 날개로 날아오르면 이단자가 맞는 것이고, 죄가 없으면 전쟁신 할로네의 구원을 받는다는 것인데. 심문을 당하는 도중 십중팔구로 죽는 일이 잦았다는 것이었다. 다급하게 오르슈팡을 만나 소식을 전해주고 초코보를 타고 비탈길로 향했다.



 프란셀을 구했다. 그를 향한 걱정스러운 한 마디. 조금 실망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손을 내려다보았다. 꽉 쥐었던 손에는 손톱자국이 남아있었다. 왜 이런 기분이 드는지 모를 노릇이었다. 그러고보니- 하며 나를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그리로 향하자 어느새 옆에 있던 조사원을 가리키며 그가 말했다. 부탁하신 정보를 찾았습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이제 여기 머무를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건 왜일까.


 차근차근 풀어놓았던 짐을 챙겼다. 조금 미적거리기도 했다. 놓여있던 짐들이 사라져 쓸쓸해진 공간에 마지막으로 촛불을 껐다. 뒤돌아본 방은 어두웠다. 언제쯤이여야 다시 이 곳에 올 수 있으려나 하고 생각했다. 살아 올 수는 있을까. 가라앉는 기분을 안고 발걸음을 떼었다.



 

 

 


 


 

Posted by 푸나/별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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