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셀이 적어준 소개장을 받아들어 읽고 ' 아주 좋아! ' 를 외치던 기사는 다른 사람의 시선이 사라지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저와 거래하시지 않겠습니까. 


 거래라니. 하고 되물으니 그는 소개장을 흔들며 말했다. 저는 이단자로 몰린 벗을 구하고 싶고, 당신은 이 폐쇄적인 커르다스에 협조를 요청하고 싶은 것이 아닙니까. 이슈가르드인들은 외지인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 아까의 우스꽝스러운 표정은 어디로 갔는지 그는 진중한 얼굴로 손깍지를 끼며 말했다. 그러니 거래를 하자 그 말입니다.


 좋아. 하고 답하니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저는 당신이 이 중앙고지에서 활동할 수 있는 명분과 당신. 영웅의 이름이 널리 퍼지는 데 일조할 테니, 당신은 프란셀을 구해 주십시오. 그리고 제가 당신을 도와 제 이름으로 의뢰를 드리겠습니다. 아마 당신이 원하는 자료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나쁜 조건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짜피 저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 없었으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저를 믿어줘서 고맙습니다. 함께 하는 동안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라 했다.




 확실히 그의 이름을 대니 무작정 적대적인 사람보다는 어느정도 수긍해주는 사람들이 많아 활동하기가 수월해졌다. 그가 주는 의뢰를 해결하며 그와 친분을 쌓았다. 가끔씩은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는 그에게 씩 웃어주며 가는 일도 있었다.


 용머리 전진기지에 머물때, 가끔씩은 새벽을 손꼽아 기다리기도 했다. 어둠이 지나가고 빛이 어슴푸레하게 찾아들 시간이면 저벅거리는 소리와 함께 갑옷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고는 했다. 나는 그 소리와 시간을 사랑했다.


 어느 날은 열이 났다. 터져나오는 기침을 참으며 모자로 얼굴을 감추며 책상 앞의 그에게로 갔다. 의뢰를 건네주며 오늘도 잘 부탁하네. 하며 말하는 그에게 걱정말라고 말하려던 순간 기침이 터져나왔다.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며 쉬는 게 좋지 않겠나. 하며 말을 건네는 그를 보았다.


" 때로는 하기 싫어도 해야하는 일이 있는 거잖아. 영웅이란 그런거야. "


 그 의뢰를 처리하고 나서는 크게 앓았다. 앓고 일어나면 침대 옆에는 따뜻한 핫초코가 놓여있었다. 분명 그가 가져다 준 것이리라. 마시기 딱 좋은 온도였다.




 의뢰를 하며 정보를 얻는 사이 틈틈히 프란셀을 도와주러 가던 도중 일이 터졌다.


 프란셀이 이단심문을 받으러 갔다는 이야기였다. 이단심문이란 마녀의 비탈길에서 뛰어내린 후 드래곤의 날개로 날아오르면 이단자가 맞는 것이고, 죄가 없으면 전쟁신 할로네의 구원을 받는다는 것인데. 심문을 당하는 도중 십중팔구로 죽는 일이 잦았다는 것이었다. 다급하게 오르슈팡을 만나 소식을 전해주고 초코보를 타고 비탈길로 향했다.



 프란셀을 구했다. 그를 향한 걱정스러운 한 마디. 조금 실망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손을 내려다보았다. 꽉 쥐었던 손에는 손톱자국이 남아있었다. 왜 이런 기분이 드는지 모를 노릇이었다. 그러고보니- 하며 나를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그리로 향하자 어느새 옆에 있던 조사원을 가리키며 그가 말했다. 부탁하신 정보를 찾았습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이제 여기 머무를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건 왜일까.


 차근차근 풀어놓았던 짐을 챙겼다. 조금 미적거리기도 했다. 놓여있던 짐들이 사라져 쓸쓸해진 공간에 마지막으로 촛불을 껐다. 뒤돌아본 방은 어두웠다. 언제쯤이여야 다시 이 곳에 올 수 있으려나 하고 생각했다. 살아 올 수는 있을까. 가라앉는 기분을 안고 발걸음을 떼었다.



 

 

 


 


 

Posted by 푸나/별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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