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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1.12 [FF14] 민들레 1
  2. 2017.11.03 [FF14] Halloween
  3. 2017.08.08 [FF14] 거래 上
  4. 2016.09.30 [FF14] 재회
  5. 2016.09.13 [FF14] 심장소리
  6. 2016.09.12 [FF14] 별의 아이
  7. 2016.08.11 [FF14] 꽃
  8. 2016.08.07 [FF14] 서류
  9. 2016.07.08 [FF14] 따뜻함

 나는 당신에게 당신이 많이 보지 못했을 아름다운 것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당신이 있을 용머리 전진기지로 향하는 길에 문뜩 길가의 민들레가 눈에 들어왔다. 평소에는 있는지도 모른채로 지나칠 것이었지만 오늘따라 그것이 꽤나 예쁘게 보여 괜히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한 송이, 한 송이 꺾을 때마다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꺾었지만 당신에게 보여주기 합당치 않다 싶은 꽃은 꽃대부분을 떼어내어 줄기부분을 입에 물었다. 삐리리 하는 피리소리조차 들뜬 내 기분을 나타내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꺾기 시작한 꽃들이 도착할 즈음에는 품에 안길 정도는 아니지만 조잡한 꽃다발을 만들정도였다. 내가 이렇게나 많이 꺾었었나. 반성하는 마음을 가지며 당신이 있을 곳의 문 앞에 섰다. 잎에 물었던 줄기를 뱉어내고, 쓴 맛이 나는 입술을 한 번 핥은 후 문을 열고 외쳤다. 나 왔어-! 그런 소리에 답하는 당신도 좋았다.


 " 오, 이번엔 oo( 직업이름) 으로 왔군. 그 모습도... 아주 좋아! 그리고 품의 그것은… "


 말이 이어지기 전에 당신의 품에 꽃다발을 밀어넣었다. 벌레도 좀 있을지 모르겠지만 분명 얼어죽었으리라 믿으며. 이게 뭐냐며 신기해하며 둘러보는 당신에게 그 꽃의 이름을 알려주었다. 민들레라고 말이다.

 



 잠시만 기다리라는 말을 남긴 채, 그는 책을 한 권 집어들고 돌아왔다. 그리고 책의 한 페이지를 내 눈 앞에 가져다 대며 말했다. 나를 닮은 꽃이라고. 틈새를 비집고도 자라나는 풀이며, 끝내는 꽃을 피워내는. 그런 꽃이라고. 그리고는 꽃다발에서 꽃을 하나 집어들어 내게 손짓했다. 그 손짓에 그에게 가까이 간 나에게 손을 내밀어 달라고 당신은 말했다. 손을 내밀었다. 당신이 손을 바라보며 고개를 숙였다. 손가락이 간질간질했다. 머리카락이 닿아서 그럴꺼라고. 나는 괜히 뛰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됐다. 하는 말을 하며 당신은 고개를 들었다. 나는 가장 간지러웠던 손가락을 바라보았다. 노란색 꽃의 반지가 끼워져있었다.


" 혹시 네가 들고 온 꽃의 꽃말이 뭔지 알고 있나? "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것까지 세세히 알고 있을 리가 없지 않는가. 그것 또한 너와 어울리는 거라네.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가 말했다. ' 감사 ' 와 ' 행복 ' 이라고. 나는 그가 하는 말을 멍하니 듣고있었다.


 " 감사로는 첫 번째로, 나는 프란셀의 친구로서 네가 그의 누명을 벗겨준 것에 감사하고 있다. 만약 네가 없었더라면 나는 틀림없이 그를 잃고 말았을 꺼야. 그리고 두 번째로, 커르다스 중앙고지를 도와준 것에 나는 용머리 전진기지의 지휘관으로서 마음 속 깊이 감사를 표하고 있어. "


  " 나는 너라는 벗을 알게 된 것이 행복하다. 하아, 내 가슴을 마구 설레게 하는 그 단련된 육체미가...! "


 역시 당신이라는 표정에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당신은 머리를 두어번 긁적였다. 그리고 덧붙이는 말에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 너를 알게되어 행복하다는 말은 너를 좋아한다는 뜻이네. 친구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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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14] Halloween

오르히카 2017. 11. 3. 02:01

※ 3.0 이후 / 수호천절 관련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성인들이 천상의 궁전에 초대받아 밤마다 성대한 잔치를 벌이느라 성인의 가호가 약해져 마물들이 날뛴다는 수호천절이지만 요새에는 모험가가 성인을 대신해 마물을 잡는 바람에 수호천절은 축제가 되어버렸다는 말이 있다.



 도시의 구석구석에는 호박이 놓이고, 박쥐 장식들과 유령, 거미줄 장식 등이 마을을 장식했다. 신난 어른이건 아이건, 라라펠부터 루가딘까지 마물과 유령의 분장을 하고 도시의 곳곳에 나온 터에 주의깊게 살펴보지 않으면 누가 누구인지도차 알아보기 힘들었다. 




 유령 옷을 입었지만 입고 싶어서 입은 것은 아니었다. 자신을 알고있던 사람들이 많아진 터에 입을 옷이 이것밖에 없었던 것 뿐이다. 지난 해에는 그렇지 않았었는데... . 라며 눈 앞의 기예단을 응시했다. 마물인 것을 작년에도 들켰으면서 올해도 기예단으로 오다니. 정성만은 칭찬해줄만 하다며 생각하던 도중,  귓가에 사람들이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 글쎄, 수호천절에 죽은 자들이 내려온다는 말이 있다면서? "


 죽은 자들이 내려온다라. 만약 진짜로 그렇다면 아주 좋은 그 사람이 내려왔으면 좋겠는데. 괜히 발로 땅을 두어 번 찼다. 유령 옷 아래로 낯익은 쇠구두가 보였다. 


 ' ....? ' 


 이런 신발을 신을 사람들은 이슈가르드의 사람들이거나 커르다스의 사람들. 아니면 그 사람이었는데.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수호천절이라고 하니 마물들이 습격해왔을 가능성도 있었다. 고개를 들었다. 눈 앞의 사람 또한 유령 옷을 입고 있어서 누구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사람들의 시끄러운 소리에 목소리 또한 들리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래도 구석에서 유령 옷을 벗고 대화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나는 내 눈앞의 그에게 손짓했다.




 사람들이 잘 오지 않는 구석진 곳이어서 그럴까. 훨씬 조용해진 듯 싶었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 그래서 커르다스나 이슈가르드에 무슨 일이라도 생겼습니까? "


 대답을 대신하듯 그는 얼굴이 보이도록 유령 옷을 걷어올렸다. 걷어올려진 하얀 천 아래로 웃고 있는 입꼬리와 시리듯이 푸른 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을 가진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익숙한 얼굴이었다. 고개를 저었다. 내 앞의 당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신호라도 되듯이 나는 두 팔을 벌려 서있는 눈앞의 그에게 뛰어 달려들었다. 당신이 넘어졌다. 나는 그것을 보며 웃었다.



 넘어져 풀밭에 드러누운채로 나는 그에게 물었다. 어떻게 찾아왔냐고. 그는 천천히 이야기를 꺼냈다. 수호천절에는 죽은 이들이 지상으로 내려와 돌아다닐 수 있으니 자신의 정체를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유령 옷을 입고 내려왔고 수호천절 기간 동안에는 지상에서 머물 수 있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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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셀이 적어준 소개장을 받아들어 읽고 ' 아주 좋아! ' 를 외치던 기사는 다른 사람의 시선이 사라지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저와 거래하시지 않겠습니까. 


 거래라니. 하고 되물으니 그는 소개장을 흔들며 말했다. 저는 이단자로 몰린 벗을 구하고 싶고, 당신은 이 폐쇄적인 커르다스에 협조를 요청하고 싶은 것이 아닙니까. 이슈가르드인들은 외지인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 아까의 우스꽝스러운 표정은 어디로 갔는지 그는 진중한 얼굴로 손깍지를 끼며 말했다. 그러니 거래를 하자 그 말입니다.


 좋아. 하고 답하니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저는 당신이 이 중앙고지에서 활동할 수 있는 명분과 당신. 영웅의 이름이 널리 퍼지는 데 일조할 테니, 당신은 프란셀을 구해 주십시오. 그리고 제가 당신을 도와 제 이름으로 의뢰를 드리겠습니다. 아마 당신이 원하는 자료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나쁜 조건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짜피 저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 없었으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저를 믿어줘서 고맙습니다. 함께 하는 동안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라 했다.




 확실히 그의 이름을 대니 무작정 적대적인 사람보다는 어느정도 수긍해주는 사람들이 많아 활동하기가 수월해졌다. 그가 주는 의뢰를 해결하며 그와 친분을 쌓았다. 가끔씩은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는 그에게 씩 웃어주며 가는 일도 있었다.


 용머리 전진기지에 머물때, 가끔씩은 새벽을 손꼽아 기다리기도 했다. 어둠이 지나가고 빛이 어슴푸레하게 찾아들 시간이면 저벅거리는 소리와 함께 갑옷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고는 했다. 나는 그 소리와 시간을 사랑했다.


 어느 날은 열이 났다. 터져나오는 기침을 참으며 모자로 얼굴을 감추며 책상 앞의 그에게로 갔다. 의뢰를 건네주며 오늘도 잘 부탁하네. 하며 말하는 그에게 걱정말라고 말하려던 순간 기침이 터져나왔다.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며 쉬는 게 좋지 않겠나. 하며 말을 건네는 그를 보았다.


" 때로는 하기 싫어도 해야하는 일이 있는 거잖아. 영웅이란 그런거야. "


 그 의뢰를 처리하고 나서는 크게 앓았다. 앓고 일어나면 침대 옆에는 따뜻한 핫초코가 놓여있었다. 분명 그가 가져다 준 것이리라. 마시기 딱 좋은 온도였다.




 의뢰를 하며 정보를 얻는 사이 틈틈히 프란셀을 도와주러 가던 도중 일이 터졌다.


 프란셀이 이단심문을 받으러 갔다는 이야기였다. 이단심문이란 마녀의 비탈길에서 뛰어내린 후 드래곤의 날개로 날아오르면 이단자가 맞는 것이고, 죄가 없으면 전쟁신 할로네의 구원을 받는다는 것인데. 심문을 당하는 도중 십중팔구로 죽는 일이 잦았다는 것이었다. 다급하게 오르슈팡을 만나 소식을 전해주고 초코보를 타고 비탈길로 향했다.



 프란셀을 구했다. 그를 향한 걱정스러운 한 마디. 조금 실망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손을 내려다보았다. 꽉 쥐었던 손에는 손톱자국이 남아있었다. 왜 이런 기분이 드는지 모를 노릇이었다. 그러고보니- 하며 나를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그리로 향하자 어느새 옆에 있던 조사원을 가리키며 그가 말했다. 부탁하신 정보를 찾았습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이제 여기 머무를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건 왜일까.


 차근차근 풀어놓았던 짐을 챙겼다. 조금 미적거리기도 했다. 놓여있던 짐들이 사라져 쓸쓸해진 공간에 마지막으로 촛불을 껐다. 뒤돌아본 방은 어두웠다. 언제쯤이여야 다시 이 곳에 올 수 있으려나 하고 생각했다. 살아 올 수는 있을까. 가라앉는 기분을 안고 발걸음을 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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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14] 재회

오르히카 2016. 9. 30. 23:21
 모험가는 태어났을때부터 자연스럽게 에테르의 색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그가 보는 세계는 다른 사람과는 조금, 달랐다. 그는 그가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세계를 사랑했다.

 모험가는 그의 동료들이 가지고 있는 에테르의 빛과 색을 좋아했다. 때로는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정도였다. 어떤 이의 에테르의 색은 그의 머리색을 닮았고, 또 다른 이의 에테르는 그가 가진 굳은 신념과도 같이 빛났다. 마치 보석과도 같은 색과 빛이라고, 모험가는 종종 생각하고는 했다.

 빛이 꺼지고 있었다.

 웃는 얼굴이 좋다며 희미하게 웃던 얼굴의 당신의 빛이. 소녀가 눈밭에서 얼어붙지 않길 바라던 또 다른 당신의 빛이. 천천히 꺼져가는 것을 바라보던 나는 차마 그 빛이 완전히 어딘가로 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없어 고개를 돌렸다.

 모험가는 그들이 다시 이 세계를 찾아오기를 빌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세상은 평화로워지고 영웅이 필요하지 않은 시대가 찾아왔다. 영웅이었던 모험가는, 사랑했던 벗의 무덤을 찾아가기 위해 커르다스로 향했다.

 눈밭에서는 아이들이 뛰놀고 있었다. 기사놀이라도 하고있는 것일까, 나무 칼과 방패를 장비한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다 잊혀져가던 에테르의 색을 발견했다. 아아.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두 방울씩 떨어졌다. 우는 모습에 아이들이 그를 둘러쌌다.

 " 왜 울어요? "

 그리운 기억이 생각났단다. 익숙한 에테르의 색을 가진 아이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눈높이를 낮춰 아이와 눈을 마주치고 물었다. 어떤 기사가 되고싶니. 하고 말이다.

 아이는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 백성과 친구들을 지키는 기사가 될 꺼에요. 아주 좋은. 그런 기사가요! "

 너는 여전히 반짝였다. 나는 그런 너를 보며 웃었다. 아이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 그리고 ㅡ는 웃는 모습이 훨씬 예뻐요! "

 나는 그런. 작은 너를  꼭 껴안았다.

 이슈가르드로 향했다. 그 곳에서 멀지 않은 눈밭에서 나는 용과 함께 놀고있는 소녀를 보았다. 용의 옆에는 작은 눈사람이 세워져있었고. 눈밭임에도 불구하고 소녀는 추워하지 않았다. 용이 피워준 작은 모닥불이 소녀 옆에서 따스하게 타오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소녀는 웃고있었다. 소녀의 에테르 빛이 얼음 결정에 반사된 햇살처럼 찬란하게 반짝였다.

 나는 안심했다.

 오늘 하루는 우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 꼬리가 올라가는 건 왜일까. 나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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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14] 심장소리

오딘히카 2016. 9. 13. 09:17

 아아, 손에 묻은 피를 보고 울지도 못하던 그 날이 떠올랐다.


 잠에서 깨어났다.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리던 당신의 손이 멈췄다. 잠시 빌렸던 당신의 무릎에서 일어나 당신을 마주보고 앉았다. 악몽을 꾸었나. 하는 그의 대답에 나는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을 뿐이었다. 당신을 보고싶지 않았다. 내가 인정하게 될까봐 두려웠다.


 그렇게 침묵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내가 고개를 들자, 당신은 나를 끌어안고 속삭였다. 두려워할 건 없다며. 나는 아직도 두려웠다. 내 나약함이, 당신을 이렇게 만들어버린 내 나약함이 두렵고도 두려웠다.


 당신과 함께 있는 이 곳은 더 이상 눈 덮인 들판이 아니었다. 오히려 나무와 풀이 가득한 숲이 되었다. 당신의 얼굴도, 행동도, 목소리조자 같았지만 나를 부르는 호칭이 다르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종종 당신을 외면하고는 했다.


 그럴때마다 당신은 나를 끌어안았다. 우르드여. 하는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고, 그제서야 나는 인정하는 것이다. 진짜의 당신은 죽었다는 것을. 가슴에 안겼음에도 들리지 않는 심장소리가 그 사실을 뒷받침해주었다. 


 나는 사실 그 시절이 그리웠다. 당신에게 안겨서 눈 덮인 들판에서 추위에 떨며 서로를 보며 웃던 그 날을 말이다. 당신의 심장은 내 심장소리에 반응하듯 쿵쿵 뛰었는데, 지금은 내 심장소리만이 홀로 뛸 뿐이었다. 

 

아아, 어찌하여 나는 이렇게 외로운가.


 그럼에도 나는 당신의 품을 벗어나지 못한채로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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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14] 별의 아이

오르히카 2016. 9. 12. 00:30
 오랜만의 눈이 내리는 날이 아닌 맑은 날이었다. 하늘에 노을이 지기 시작하자 한 손에는 따뜻한 음료를 들고 밖의 계단에 걸터앉아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하늘색에서 빨갛고 노랗게, 이윽고 분홍색으로 변해버리더니 어느새 검어져 있었다. 그 검은 하늘을 수놓은 별들을 바라보는 게 좋았다.

 누군가가 자신에게로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분명, 오르슈팡이겠지. 생각하며 별을 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생각이 정답이었는지 어깨에 담요가 덮이고, 털썩 하고 그가 옆에 앉았다. 나는 그를 한 번 보고는 별을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 벗이여, 계속 나와있었을텐데. 춥지 않는가. "

 답을 대신에 품 안에 갖고있었던 술병을 꺼내 흔들었다. 한 잔 할래? 라는 말 또한 잊지 않았다. 사양하지 않겠다는 말과 함께 그는 손을 나에게로 뻗었다. 한 모금 마시고 술병을 그에게로 건넸다. 그도 한 모금 마시는가 싶더니 병을 옆에 내려놓았다.

별이 참 예쁘군.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아름다운 밤이었다. 예쁜 별과, 밝은 달. 그리고 말없이 오고가는 술 속에서 분위기는 무르익어만 갔다.

" 별을 보고있자니 떠오르는군. 우리는 모두 별의 아이라고 하네. "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그는 설명을 덧붙였다. 우리 몸의 구성성분 중 하나는 별이 만들어질 때 일어나는 현상에서 만들어진 물질중 하나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는 말을 이었다.

 그러니 우리는 하나였을 수도 있고, 지금에서야 그 하나였던 것이 둘이 되어 다시 만난 걸 수도 있다며 그는 웃어보였다.

 로맨틱한 소리라고 생각하며 나는 그에게 입을 맞췄다. 분위기 때문일수도 있고, 술기운 때문일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소리를 듣고나니 입맞춤을 안 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우리는 말없이 계속 별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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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14] 꽃

오르히카 2016. 8. 11. 01:16
 오늘도 문을 열고 너에게로 달려갔다. 뒤를 돌아 나를 바라보는 너의 품에는 꽃이 한 가득 안겨져있었다. 나는 그런 너의 모습이 아름답다 느꼈다.

 " 오오, 모험가. 점점 더 듬직해지는군. 아주... 좋아...! "

 오늘도 오르슈팡은 변함없는걸. 그리 말하며 책상에 걸터앉았다. 그런데 웬 꽃이냐고 말하자 그가 답했다.

 " 자네를 위해 기른 꽃일세! "

 추운 커르다스에서 꽃을 기르기 힘들었을텐데 생각외로 꽃들의 상태는 꽤 좋은 편이였다. 그러나 꽤나 의외인 꽃의 조합에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백합에 장미에 캐모마일을 닮은 꽃이라니.

 범상치 않은 조합인걸. 하자 그는 허둥지둥 자신도 이상한 걸 알고있다고 말했다.

 " 그래도 이걸 자네에게 주고싶었다네. "

 그는 꽃다발에서 장미 한송이를 꺼내 내게 건네었다.

 " 이건 아제마 장미라는 품종인데, 태양신 아제마가 아주- 좋아한다는 말이 있다네. 자네에게 낮에는 태양신의 가호가. "

 뒤이어 백합을 꺼내며 그는 말을 이었다.

 " 니메이아 백합. 마찬가지로 별의 신이 좋아하는 꽃이라네. 밤에는 별의 신의 가호가. "

 그리고 캐모마일을 닮은 꽃을 그는 집어들었다.

 " 이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기도 한다네. 전쟁신 할로네가 좋아하는 꽃이기도 하지. 싸움에는 전쟁신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빌며. "

 그는 뒤이어 꽃다발을 내게 건넸다. 나는 꽃에 파묻히는 것만 같았다. 그런 나를 보며 그는 웃음을 터뜨렸다. 잘 어울리는 군! 나는 놀리지 말라고 하며 그를 외면했다.

 꽃을 받아 둘 곳이 없어 평소보다 일찍 그의 집무실을 나왔다. 추운 바람이 볼을 스쳐 지나갔다. 그 와중,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려 그 곳으로 귀를 기울였다.

 " 글쎄, 그 오르슈팡님이. 꽃을 포장하시며 일일히 꽃에 입 맞추고 있었다는걸! "

 괜히 나는 꽃다발에 얼굴을 묻었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커르다스의 추위는 더 이상 춥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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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14] 서류

오르히카 2016. 8. 7. 00:25
 오늘도 어김없이 책상 위에는 서류가 쌓여있었다. 이걸 할 시간에 훌륭한 근육과 탄탄한 육체미를 즐길 수 있다면 좋을텐데...! 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는 착실히 서류를 집어들었다. 곧이어 사각거리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오르슈팡은 조금 빡빡해진 눈을 비볐다. 시계를 바라보니 어느새 저녁이었다. 오늘은 들리지 않을 예정일까. 언제나 제 책상을 뛰어넘어 저에게로 달려오는 벗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가끔씩 다한 서류를 젖은 발로 밟는 경우도 있었으나, 제 벗의 미안해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으니 서류를 다시 하는 것은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서류위에 제 벗의 이름을 반복해서 쓰고있었다. 아무래도 좀 정신을 차리고 오는 게 좋을거 같아 그는 검을 집어들고 자리를 비웠다. 뭐니뭐니해도 정신을 차리는데에는 수련만한게 없었다.

 " 오르슈팡...! "

 어라, 어디로 갔지. 고개를 휘휘 돌려보아도 보이지 않는 모습에 그는 시무룩해졌다. 그리고 서류를 밟고있는 제 발에 기겁했다.

 몇 개정도 빼놔도 들키지 않을까. 젖은 서류를 집어들며 모험가는 고민했다. 그 순간, 서류에 쓰여진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번져 잘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 제 이름이었다.

 툭. 젖은 서류가 바닥에 떨어졌다. 못 볼것이라도 본 것인양 얼굴이 붉어졌다.

난 못 본거야. 젖은 발자국만이 그 자리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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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14] 따뜻함

오르히카 2016. 7. 8. 16:19
오늘도 커르다스는 추웠다. 사람들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이리저리 돌아다닌 탓일까. 이미 입은 옷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이대로 냅두면 분명 동상에 걸릴 것이 분명했다. 불러내어 두었던 초코보 위에 올라타 걸음을 재촉했다.

" ... 오르슈팡? "

젖은 옷을 말릴까 싶어 들어온 네 집무실에는 네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바쁜 모양이었다. 이야기정도는 나누고싶었는데 하는 생각을 하며 벽난로 앞에 앉았다. 눈을 꽤 많이 맞고 돌아다닌 탓일까. 불 앞인데도 으슬으슬 추워오는 게 느껴져 몸을 웅크렸다.

" ... ? "

눈 앞에 따뜻한 김이 올라오는 잔이 내밀어졌다. 영문을 몰라 위를 올려다보니 네가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 젖은 너도 좋지만, 그래도 역시 건강한 네가 좋으니까! "

마주 웃으며 네가 내민 잔을 받아들었더니 머리 위로 폭신한 수건이 내려앉았다. 가만히 있게나. 이대로 있으면 감기로 걸릴게 틀림없어. 하고 들려오는 네 목소리에 나는 그 말을 따랐다.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조심스레 매만지는 손길과 손에 쥐여진 따뜻한 음료 한잔에 몸이 점점 따뜻해지는 것만 같았다.

나는 깜빡 졸았다고. 후에 오르슈팡이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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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푸나/별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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