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F14] 꽃

오르히카 2016. 8. 11. 01:16
 오늘도 문을 열고 너에게로 달려갔다. 뒤를 돌아 나를 바라보는 너의 품에는 꽃이 한 가득 안겨져있었다. 나는 그런 너의 모습이 아름답다 느꼈다.

 " 오오, 모험가. 점점 더 듬직해지는군. 아주... 좋아...! "

 오늘도 오르슈팡은 변함없는걸. 그리 말하며 책상에 걸터앉았다. 그런데 웬 꽃이냐고 말하자 그가 답했다.

 " 자네를 위해 기른 꽃일세! "

 추운 커르다스에서 꽃을 기르기 힘들었을텐데 생각외로 꽃들의 상태는 꽤 좋은 편이였다. 그러나 꽤나 의외인 꽃의 조합에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백합에 장미에 캐모마일을 닮은 꽃이라니.

 범상치 않은 조합인걸. 하자 그는 허둥지둥 자신도 이상한 걸 알고있다고 말했다.

 " 그래도 이걸 자네에게 주고싶었다네. "

 그는 꽃다발에서 장미 한송이를 꺼내 내게 건네었다.

 " 이건 아제마 장미라는 품종인데, 태양신 아제마가 아주- 좋아한다는 말이 있다네. 자네에게 낮에는 태양신의 가호가. "

 뒤이어 백합을 꺼내며 그는 말을 이었다.

 " 니메이아 백합. 마찬가지로 별의 신이 좋아하는 꽃이라네. 밤에는 별의 신의 가호가. "

 그리고 캐모마일을 닮은 꽃을 그는 집어들었다.

 " 이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기도 한다네. 전쟁신 할로네가 좋아하는 꽃이기도 하지. 싸움에는 전쟁신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빌며. "

 그는 뒤이어 꽃다발을 내게 건넸다. 나는 꽃에 파묻히는 것만 같았다. 그런 나를 보며 그는 웃음을 터뜨렸다. 잘 어울리는 군! 나는 놀리지 말라고 하며 그를 외면했다.

 꽃을 받아 둘 곳이 없어 평소보다 일찍 그의 집무실을 나왔다. 추운 바람이 볼을 스쳐 지나갔다. 그 와중,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려 그 곳으로 귀를 기울였다.

 " 글쎄, 그 오르슈팡님이. 꽃을 포장하시며 일일히 꽃에 입 맞추고 있었다는걸! "

 괜히 나는 꽃다발에 얼굴을 묻었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커르다스의 추위는 더 이상 춥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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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푸나/별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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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14] 서류

오르히카 2016. 8. 7. 00:25
 오늘도 어김없이 책상 위에는 서류가 쌓여있었다. 이걸 할 시간에 훌륭한 근육과 탄탄한 육체미를 즐길 수 있다면 좋을텐데...! 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는 착실히 서류를 집어들었다. 곧이어 사각거리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오르슈팡은 조금 빡빡해진 눈을 비볐다. 시계를 바라보니 어느새 저녁이었다. 오늘은 들리지 않을 예정일까. 언제나 제 책상을 뛰어넘어 저에게로 달려오는 벗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가끔씩 다한 서류를 젖은 발로 밟는 경우도 있었으나, 제 벗의 미안해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으니 서류를 다시 하는 것은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서류위에 제 벗의 이름을 반복해서 쓰고있었다. 아무래도 좀 정신을 차리고 오는 게 좋을거 같아 그는 검을 집어들고 자리를 비웠다. 뭐니뭐니해도 정신을 차리는데에는 수련만한게 없었다.

 " 오르슈팡...! "

 어라, 어디로 갔지. 고개를 휘휘 돌려보아도 보이지 않는 모습에 그는 시무룩해졌다. 그리고 서류를 밟고있는 제 발에 기겁했다.

 몇 개정도 빼놔도 들키지 않을까. 젖은 서류를 집어들며 모험가는 고민했다. 그 순간, 서류에 쓰여진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번져 잘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 제 이름이었다.

 툭. 젖은 서류가 바닥에 떨어졌다. 못 볼것이라도 본 것인양 얼굴이 붉어졌다.

난 못 본거야. 젖은 발자국만이 그 자리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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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푸나/별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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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14] 따뜻함

오르히카 2016. 7. 8. 16:19
오늘도 커르다스는 추웠다. 사람들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이리저리 돌아다닌 탓일까. 이미 입은 옷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이대로 냅두면 분명 동상에 걸릴 것이 분명했다. 불러내어 두었던 초코보 위에 올라타 걸음을 재촉했다.

" ... 오르슈팡? "

젖은 옷을 말릴까 싶어 들어온 네 집무실에는 네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바쁜 모양이었다. 이야기정도는 나누고싶었는데 하는 생각을 하며 벽난로 앞에 앉았다. 눈을 꽤 많이 맞고 돌아다닌 탓일까. 불 앞인데도 으슬으슬 추워오는 게 느껴져 몸을 웅크렸다.

" ... ? "

눈 앞에 따뜻한 김이 올라오는 잔이 내밀어졌다. 영문을 몰라 위를 올려다보니 네가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 젖은 너도 좋지만, 그래도 역시 건강한 네가 좋으니까! "

마주 웃으며 네가 내민 잔을 받아들었더니 머리 위로 폭신한 수건이 내려앉았다. 가만히 있게나. 이대로 있으면 감기로 걸릴게 틀림없어. 하고 들려오는 네 목소리에 나는 그 말을 따랐다.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조심스레 매만지는 손길과 손에 쥐여진 따뜻한 음료 한잔에 몸이 점점 따뜻해지는 것만 같았다.

나는 깜빡 졸았다고. 후에 오르슈팡이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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