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F14] 재회

오르히카 2016. 9. 30. 23:21
 모험가는 태어났을때부터 자연스럽게 에테르의 색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그가 보는 세계는 다른 사람과는 조금, 달랐다. 그는 그가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세계를 사랑했다.

 모험가는 그의 동료들이 가지고 있는 에테르의 빛과 색을 좋아했다. 때로는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정도였다. 어떤 이의 에테르의 색은 그의 머리색을 닮았고, 또 다른 이의 에테르는 그가 가진 굳은 신념과도 같이 빛났다. 마치 보석과도 같은 색과 빛이라고, 모험가는 종종 생각하고는 했다.

 빛이 꺼지고 있었다.

 웃는 얼굴이 좋다며 희미하게 웃던 얼굴의 당신의 빛이. 소녀가 눈밭에서 얼어붙지 않길 바라던 또 다른 당신의 빛이. 천천히 꺼져가는 것을 바라보던 나는 차마 그 빛이 완전히 어딘가로 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없어 고개를 돌렸다.

 모험가는 그들이 다시 이 세계를 찾아오기를 빌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세상은 평화로워지고 영웅이 필요하지 않은 시대가 찾아왔다. 영웅이었던 모험가는, 사랑했던 벗의 무덤을 찾아가기 위해 커르다스로 향했다.

 눈밭에서는 아이들이 뛰놀고 있었다. 기사놀이라도 하고있는 것일까, 나무 칼과 방패를 장비한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다 잊혀져가던 에테르의 색을 발견했다. 아아.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두 방울씩 떨어졌다. 우는 모습에 아이들이 그를 둘러쌌다.

 " 왜 울어요? "

 그리운 기억이 생각났단다. 익숙한 에테르의 색을 가진 아이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눈높이를 낮춰 아이와 눈을 마주치고 물었다. 어떤 기사가 되고싶니. 하고 말이다.

 아이는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 백성과 친구들을 지키는 기사가 될 꺼에요. 아주 좋은. 그런 기사가요! "

 너는 여전히 반짝였다. 나는 그런 너를 보며 웃었다. 아이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 그리고 ㅡ는 웃는 모습이 훨씬 예뻐요! "

 나는 그런. 작은 너를  꼭 껴안았다.

 이슈가르드로 향했다. 그 곳에서 멀지 않은 눈밭에서 나는 용과 함께 놀고있는 소녀를 보았다. 용의 옆에는 작은 눈사람이 세워져있었고. 눈밭임에도 불구하고 소녀는 추워하지 않았다. 용이 피워준 작은 모닥불이 소녀 옆에서 따스하게 타오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소녀는 웃고있었다. 소녀의 에테르 빛이 얼음 결정에 반사된 햇살처럼 찬란하게 반짝였다.

 나는 안심했다.

 오늘 하루는 우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 꼬리가 올라가는 건 왜일까. 나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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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푸나/별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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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14] 심장소리

오딘히카 2016. 9. 13. 09:17

 아아, 손에 묻은 피를 보고 울지도 못하던 그 날이 떠올랐다.


 잠에서 깨어났다.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리던 당신의 손이 멈췄다. 잠시 빌렸던 당신의 무릎에서 일어나 당신을 마주보고 앉았다. 악몽을 꾸었나. 하는 그의 대답에 나는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을 뿐이었다. 당신을 보고싶지 않았다. 내가 인정하게 될까봐 두려웠다.


 그렇게 침묵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내가 고개를 들자, 당신은 나를 끌어안고 속삭였다. 두려워할 건 없다며. 나는 아직도 두려웠다. 내 나약함이, 당신을 이렇게 만들어버린 내 나약함이 두렵고도 두려웠다.


 당신과 함께 있는 이 곳은 더 이상 눈 덮인 들판이 아니었다. 오히려 나무와 풀이 가득한 숲이 되었다. 당신의 얼굴도, 행동도, 목소리조자 같았지만 나를 부르는 호칭이 다르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종종 당신을 외면하고는 했다.


 그럴때마다 당신은 나를 끌어안았다. 우르드여. 하는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고, 그제서야 나는 인정하는 것이다. 진짜의 당신은 죽었다는 것을. 가슴에 안겼음에도 들리지 않는 심장소리가 그 사실을 뒷받침해주었다. 


 나는 사실 그 시절이 그리웠다. 당신에게 안겨서 눈 덮인 들판에서 추위에 떨며 서로를 보며 웃던 그 날을 말이다. 당신의 심장은 내 심장소리에 반응하듯 쿵쿵 뛰었는데, 지금은 내 심장소리만이 홀로 뛸 뿐이었다. 

 

아아, 어찌하여 나는 이렇게 외로운가.


 그럼에도 나는 당신의 품을 벗어나지 못한채로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

Posted by 푸나/별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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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14] 별의 아이

오르히카 2016. 9. 12. 00:30
 오랜만의 눈이 내리는 날이 아닌 맑은 날이었다. 하늘에 노을이 지기 시작하자 한 손에는 따뜻한 음료를 들고 밖의 계단에 걸터앉아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하늘색에서 빨갛고 노랗게, 이윽고 분홍색으로 변해버리더니 어느새 검어져 있었다. 그 검은 하늘을 수놓은 별들을 바라보는 게 좋았다.

 누군가가 자신에게로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분명, 오르슈팡이겠지. 생각하며 별을 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생각이 정답이었는지 어깨에 담요가 덮이고, 털썩 하고 그가 옆에 앉았다. 나는 그를 한 번 보고는 별을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 벗이여, 계속 나와있었을텐데. 춥지 않는가. "

 답을 대신에 품 안에 갖고있었던 술병을 꺼내 흔들었다. 한 잔 할래? 라는 말 또한 잊지 않았다. 사양하지 않겠다는 말과 함께 그는 손을 나에게로 뻗었다. 한 모금 마시고 술병을 그에게로 건넸다. 그도 한 모금 마시는가 싶더니 병을 옆에 내려놓았다.

별이 참 예쁘군.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아름다운 밤이었다. 예쁜 별과, 밝은 달. 그리고 말없이 오고가는 술 속에서 분위기는 무르익어만 갔다.

" 별을 보고있자니 떠오르는군. 우리는 모두 별의 아이라고 하네. "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그는 설명을 덧붙였다. 우리 몸의 구성성분 중 하나는 별이 만들어질 때 일어나는 현상에서 만들어진 물질중 하나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는 말을 이었다.

 그러니 우리는 하나였을 수도 있고, 지금에서야 그 하나였던 것이 둘이 되어 다시 만난 걸 수도 있다며 그는 웃어보였다.

 로맨틱한 소리라고 생각하며 나는 그에게 입을 맞췄다. 분위기 때문일수도 있고, 술기운 때문일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소리를 듣고나니 입맞춤을 안 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우리는 말없이 계속 별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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